"눈도장 받자"…美 행사장에 스티브 잡스 아들도 나타난 이유는

입력 2023-09-20 11:48   수정 2023-09-20 13:09


“완전히 새로운 비행체에 대한 인증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죠?”, “모든 게 기존 비행기와 같고 단지 수소연료전지로 날아간다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요?”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프랑스 툴루즈에 본사를 둔 수소동력 비즈니스 제트기 스타트업 ‘비욘드 에어로’의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서 6분간의 발표를 마치자, 심사위원들 5명이 날카로운 질문이 6분간 쏟아졌다. 제너럴 캐털리스트?NFX 등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VC)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켜봐 온 심사위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메모하거나 되묻는 등 평가작업을 이어갔다. 미국의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아발로’가 인공지능(AI)을 통한 식물 묘목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강한 묘목을 식별하는 기술을 소개하자 “묘종에 대한 IP 이슈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대형 묘종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스타트업 ‘별의 전쟁’ 개막”
이날 개막한 북미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메인이벤트인 ‘배틀필드’에선 스타트업과 심사위원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행사를 개최한 테크크런치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천건의 신청서 중에서 200곳의 스타트업을 선별한 뒤 그중 20곳을 다시 추려내 무대 위에서 경연대회 방식으로 준결승을 진행했다. 이날부터 21일까지 20곳이 사업소개를 하면 심사를 거쳐 결승전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한다. 우승자에겐 10만달러의 상금과 그보다 큰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받게 된다. 2011년 시작된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도 사업 초기 이 무대에 올랐다.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꾸는 이들이 매년 이 행사를 찾는 이유다.


이날 행사의 인기는 아침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참가자들로 수백미터의 줄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등록 절차를 밟고 출입증을 수령할 때까지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 마련된 부스는 350개에 달했다. 작년의 250개보다 100개가량 늘었다.

◆샤킬 오닐 “에듀테크가 삶을 변화시킬 것”
배틀필드의 첫날 순서를 마친 뒤 다양한 투자자와 CEO들이 연사도 나서 테크 트렌드와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가장 많은 청중을 끌어모은 이는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인 샤킬 오닐이었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NBA를 주름잡았던 그는 이날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에드소마’의 리드 투자자로 무대에 올랐다.

에드소마는 어린이를 위한 AI 기반 독서,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앱을 통해 아이들이 소리 내 읽으면서 정확한 발음을 익힐 수 있고, 해외 출장을 간 부모가 떨어져 있는 자녀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9000명의 어린이가 이 앱을 이용하고 있으며, 100만명의 아이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오닐은 “1998년쯤 한 콘퍼런스에 갔을 때 아름다운 대머리를 가진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립자가 ‘사람의 삶이 바뀌는 것에 투자하라’는 말을 인상 깊게 들었다”며 “나에게 교육을 강조했던 부모님처럼 보다 많은 아이가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 읽는 법과 학교 공부를 가르치면 범죄 재발 가능성이 87%에서 18%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읽고 쓰는 능력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샤킬 오닐에 이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아들인 리드 잡스도 강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리드 잡스는 암 치료법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VC ‘요세미티’를 설립했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친의 영향이다. 요세미티는 MIT,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등 다수의 개인·기관투자자로부터 이미 2억달러의 펀드 자금을 확보했다. 최대 4억달러까지 펀드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리드 잡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암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펀드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와 암 치료 관련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성된 펀드를 영리 추구뿐만 아니라 과학자를 지원하는 데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아무 조건 없이 보조금을 받고 연구를 한 후 기술이 상업화됐을 때 요세미티에서 다시 투자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 15곳도 ‘실리콘밸리 드림’
이날 전시장에는 우크라이나, 일본,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날아온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차리고 투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한 현장 참석자는 “테크크런치는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위한 행사”라며 “현재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미국의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서 주로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주도로 15개 스타트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AI로 반려동물의 코나 얼굴을 사람의 손가락 지문처럼 인식해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한 ‘펫나우’, AI기술을 이용해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도시 불법 건축물 식별 및 산림의 황폐화 현황을 진단하는 ‘다비오’, 한 대의 로봇이 다양한 도구를 교체해가며 멀티 공정을 수행하는 ‘맥봇’ 등이 주목받았다. 창업 10년 차인 다비오의 경우 내년 IPO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올해 한국계 창업자가 창업한 스타트업 중 ‘배틀필드 200’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펫나우와 개인사업용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 업체인 ‘씨야’ 등 3곳이다. 배틀필드 200에 선정되면 전시회에 무료 부스를 받는다. 펫나우 관계자는 “CES와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등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더 많이 얻었다”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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